문학작품

문학작품

광장 - 최인훈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사이트관리자
작성일14-08-14 12:01 조회1,161회 댓글0건

본문

광 장 - 최인훈

▷갈래 장편 소설. 전쟁 소설. 전후 소설.

▷배경 시간적-8․15 광복에서 6․25 휴전 직후

공간적-남한과 북한, 인도로 가는 바다

▷경향 실존주의

▷성격 관념적, 철학적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문체 과거 회상의 독백체와 관념적 문체

▷주제 이데올로기의 갈등 속에서 이상적 삶의 방식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모습

♠구 성

발단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고초를 겪고 남한의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월북하는 명준

전개 북한 사회의 허상에 환멸을 느낌

위기 은혜와 헤어지고, 인민군으로 종군하다가 포로가 됨

절정 포로 석방시 남한과 북한을 모두 거부하고 제3국을 택함

결말 더 이상 자신이 서 있을 광장이 없음을 느끼고 인도로 가는 배에서 투신함

♠등장 인물1

이명준 남한과 북한을 오가면서 남한의 나태와 방종, 북한의 부자연스러운 이념적 구속에

환멸을 느끼고, 제3국을 선택하지만 결국 삶의 참된 가치의 실현에 의문을 느끼고

바다로 투신 자살함

선장 명준에게 우호적인 인물로 삶에 대해 어느 정도 스스로의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인물

▷무라지 석방자를 실어 나르는 관리, 나태하고 바탕하며 삶에 대한 별다른 의미가 없는 인물

윤애 명준의 남쪽 애인, 명준의 월북 후 명준의 친구 태식과 결혼하여 평범하게 사는 인물

♠등장 인물2

은혜 명준의 북쪽 애인. 발레리나였으나 북한군 간호 장교로 종군하다가 명준의 아이를

가진 채 전사(戰死)함. 명준의 삶에 어떤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었던 여인

이형도 명준의 아버지. 월북한 혁명가이자 북한의 고위 관리이지만 혁명가다운 모습보다는

중류 부르주아적인 안락한 삶을 누리는 사람으로 명준을 더욱 회의에 빠지게

하는 인물

성제 명준 아버지의 친구로 아버지의 월북 후 명준을 돌봐 줌

▷영미,태식 변성제의 자식으로 전형적인 부르주아 인물로 나타남

♠ 줄 거 리

석방 포로를 싣고 중립국으로 가는 인도 배 타고르 호에서 이명준은 영어를 조금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선장과 석방자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며, 선장과 인도 관리인 무라지와 친하게 지낸다. 명준은 씁쓸한 인도차를 선장과 마시면서 친인척 관계와 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방으로 돌아와서는 한방을 쓰고 있는 박이 제3국을 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다음날 선장과의 만남에서 ‘갈매기는 죽은 사람의 넋이나, 잊지 못하는 여자의 마음’이라는 것과 영국에서 캘커타까지 따라왔던 일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생각한다.

이명준은 철학과 3학년으로 책 읽는 것이 취미인 사색적인 학생으로 아버지의 친구 집에서 살아간다. 그 집의 딸인 영미는 화려한 삶을 찾아서, 재미면 그만인 삶을 찾아서, 재미면 그만인 삶을 살아간다. 그녀의 오빠이자 명준의 친구인 태식은 음악을 배우는 학생으로 카바레에서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으며 날마다 애인을 바꿀 정도로 방탕한 삶을 살아간다. 태식의 아버지는 명준 부친의 친구로, 8․15 직후 명준의 부친이 북으로 넘어가자 그를 보살펴 주고 있다.

명준은 댄스 파티에서 영미의 친구 강윤애를 만나게 되고 다음날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다음날 마흔 살이 넘은 미혼남으로 고고학자이자 여행가인 정 선생을 만나 미이라를 구경하고 뭐든지 보람 있게 사는 것이 없을까 하고 물어 본다. 정 선생은 정치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의하지만 정치는 똥과 오물이 가득한 광장과 같은 것으로 탐욕과 배신과 살인의 광장이 바로 정치이고 개인만 있고 국민은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정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개미처럼 물어다 가꾸는 밀실만이 푸짐하고 광장은 죽어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 선생에게 오히려 설교를 하게 된다.

1년 간 뜸하게 윤애를 만나며 사이가 깊어 가던 어느 날, 명준은 영미의 아버지를 통해, 명준의 아버지가 대남 방송을 했다는 것, 이로 인해 경찰에서는 명준을 취조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이틀 후 S서 사찰계 취조실 형사와 마주 앉게 된 명준은 빨갱이 새끼라고 심하게 얻어맞는다.

경찰서에서 풀려나와 서의 뒷편에 잇닿은 동산에 올라간 명준은, 법이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에서 피투성이의 사람을 대낮에 내보내는 데도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현실을 생각하고는 고소를 할까 생각하여 보지만 법률이란 것의 신용을 믿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포기한다. 아버지 때문에 얻어맞은 것을 생각하면서도 분하기보다는 격해야 할 마음이 가라앉는 걸 느끼면서 피투성이의 몰골을 어느 정도 숨길 수 있는 밤에 집으로 돌아온다.

일주일 후 두 번째 취조를 받는다. 아버지의 이름이 놀림을 당하는 자리에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태어나는 것을 알게 되고, 별일 없이 경찰서를 나온다. 그 후 한 번 더 불러들이고는 아무 기별이 없자 명준은 나날이 걱정이 쌓여 가고 술을 마시게 되며 윤애를 찾게 된다.

불쑥 찾아온 명준을 윤애는 정성껏 보살펴 준다. 이에 명준은 여름 동안 윤애의 집에서 지낼 것을 부탁하고 윤애는 허락한다. 윤애의 집에서 지내게 된 명준은 인천에서 무료한 시간을 죽이기 위해 부두로 산책을 즐긴다. 윤애는 가끔 따라 나선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육체를 접하게 되고 명준은 사랑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그러나 윤애는 마지막에 가서는 항상 명준을 밀어내고야 말고, 이에 갈증을 느낀 명준은 자신을 알몸으로 받아 줄 것을 요구한다.

명준은 자주 들르던 목로 술집을 찾아가는데, 주인이 문득 이북 가는 배가 있다고 귀띔해 준다. 전혀 예측하지도 않았던 말이지만, 그 말이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명준은 편안함을 느낀다.

배에서 선장과 위스키를 마시다가 문득 별을 보고는 윤애와 바닷가 분지에서 나누었던 시간을 생각한다. 윤애에게 무언가 죄를 지었다는 생각을 하고는 뱃간으로 돌아온다. 석방자들은 내일 홍콩에 상륙할 수 없을까 하고 선장과 친한 명준에게 이야기를 해 보라고 하지만 외면한다. 석방자들은 출발지를 떠나서 목적지에 닿기까지 배를 떠나지 못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배는 홍콩에 도착하고 석방자들은 짧은 시간만이라도 땅을 밟아 보기를 희망한다. 건넛방의 김이 이윽고 명준에게 자신만 생각하고 동지들은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이죽거리다가, 둘은 싸움을 하게 된다. 싸움 도중 명준은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시선을 느끼고는 갑자기 맥이 풀려 김에게 목을 죄이어 기절한다.

깨어난 명준은 여자를 그리워하는 석방자들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이 포로 수용소 시절에 들은 미군들의 성 폭력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윤애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진실했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싸움 도중에 본 헛것을 생각하며 두통을 느낀다. 석방자들의 행동은 폭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선장은 배가 떠날 때까지 그들을 식당에 감금시킨다. 무라지는 명준에게만은 상륙을 허락할 의사를 보이지만 명준은 배를 탔을 때부터 자신을 따라 다니는 그 인물의 정체에 더욱 몰두하고 무라지의 제의를 거절한다.

명준이 북에서 만난 것은 잿빛 공화국이었다. ‘로동 신문’ 본사 편집부 근무를 명령받은 지 반 년이 지난 봄, 혁명이라는 것을 흉내내기에 급급한 이북의 현실에 숨막힘을 느낀다. ‘민주주의 민족 통일 전선’ 중앙 선전 책임자인 부친은 명준 나이 또래의 의붓어머니에게 새장가를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일류 코뮤니스트의 집에서 중류 부르주아의 그것 같은 차분함을 느낀 명준은 남에서 보람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광장이 없음을 느끼고 월북했지만, 북한의 실정도 크게 다를 바 없음을 한탄한다. 아버지와 북한의 실태에 대해 토론을 벌이지만, 아버지는 지도자다운 모습보다는 단순히 아버지의 모습으로 명준을 대하고 이에 실망을 느낀 명준은 이튿날 하숙을 정하고 집을 나온다. 명준이 느끼기에 인민을 위한 당이 아닌 당을 위한 인민이 존재하는 북한의 광장에는 꼭두각시뿐,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신문기자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직접 노동 현장에 가기로 결심한 그는 야외 극장에 동원되었다가 허벅지뼈에 금이 가서 한 달을 병원에서 누워서 지내게 된다. 이때 국립 극장에서 병문한 온 무용단원 중 은혜를 보고 윤애와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은혜는 국립 극장 소속 발레리나였고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느 날 명준은 남만주 조선인 콜호스 기사가 문제가 되고 부르주아 근성이 있다는 이유로 자아비판을 하게 된다. 자신의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는 명준은 은혜를 꼭 붙들려고 한다. 명준은 아버지의 미련으로 전국에서 모범 일꾼들만 가는 원산 해수욕장의 노동자 휴향소에서 아무 임무 없이 휴향하게 된다. 아침 신문을 보다가 전국 순회 공연 중인 은혜가 원산에 온다는 것을 알고는 찾아가 만나서 사랑을 나눈다. 모스크바로 예술단이 떠나기 하루 전 날 은혜에게 가지 않는다는 확약을 받으나 다음날 은혜 일행은 모스크바로 떠나고 만다.

6․25 .

공산군이 서울을 침공하고 명준은 서울 주변에서 공산군 시설을 촬영하다 잡혀 온 태식을 만난다. 친구이자 은인의 아들을 S서 지하실, 자신이 빨갱이 자식이라고 취조받던 곳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명준은 태식을 통해 그가 윤애와 결혼한 사실을 알게 된다. 윤애에 이은 은혜의 배신으로 좌절을 겪은 명준은 자신의 애인과 결혼한 태식을 구타하고 이어서 윤애를 겁탈하며 철저한 공산주의자로서의 모습과 자신의 내부에 있을지 모를 악마적인 기질을 확인하고자 하지만, 결국 그 모습 또한 자신의 모습이 아님을 깨닫고 윤애와 태식을 놓아 준다.

전세가 기울어져 가는 낙동강 전선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고 명준은 고문하는 자리를 떠나게 됨을 홀가분하게 생각한다. 낙동강 전선에서 명준은 사단 사령부에서 간호병으로 지원해 와 있는 은혜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둘만의 장소인 동굴에서 자주 만나 전쟁의 상황과 관계없이 사랑을 나눈다.

그 무렵, 공산군은 총공격을 위해 보유한 화가 모두를 전선으로 모으고, 이에 불안을 느낀 은혜는 죽기 전에 더 자주 만나자는 말을 한다. 공산군의 움직임은 새어나가고 유엔 공군 폭격기의 습격을 받아 작전은 실패하고 명준의 아이를 밴 은혜는 전사하고 만다.

포로가 된 명준은 거제도 포로 수용소 생활을 거쳐, 송환 등록 무렵 제3국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이 자기를 위해 마련된 일임을 생각한다. 북쪽 대표와 남쪽의 대표가 각각 자기들 쪽을 택할 것을 설득, 권유하지만 명준은 일말의 틈도 주지 않고 중립국으로 갈 것을 선택한다.

마카오가 가까워 오자 석방자들은 상륙을 주도해 보도록 명준을 졸라대기 시작했으나 명준은 무시한다. 배의 벽에 기대어 서서 이것저것 생각을 하다가 사람은 광장에서 졌을 때 동굴로 물러난다는 생각을 하고는 다만 한 뼘의 광장과 한 마리의 벗을 달라고 바란다. 뱃머리 쪽에서 생각에 잠겨 있던 명준은 무엇인가 빠르게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끼고 그것이 갈매기임을 안다. 그리고 인천항에서 배를 탄 이후 그를 괴롭히는 그림자는 바로 그들이었음을 깨닫고 불현듯 현기증을 느낀다.

명준은 선장실에서 사냥총과 탄약을 꺼내 장전하고 겨냥하여 막 발사하려고 한다. 자세히 보니 자신이 겨냥한 새가 한 마리의 반쯤만 한 작은 새임을 알고 은혜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녀가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한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는 그 작은 새가 누구라는 것을 알아 낸다. 작은 새와 눈이 마주치자 뱃길 내내 숨바꼭질해 온 얼굴 없는 그 눈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을 때, 어미새가 ‘우리 애를 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그러던 중에 선장이 들어오고 명준은 빠르게 사냥총을 집어 넣는다. 선장은 인도에 가면 자신의 여자 조카를 소개해 주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러나 명준은 개념치 않고 방으로 돌아와 자신의 자리에서 부채를 들고 선장실로 가서 아까 넣지 못했던 탄알을 넣어 두고 부채의 끝 넓은 테두리를 보면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생각한다. 이내 자신의 삶이 부채의 좁은 쪽처럼 좁아져 겨우 발디딜 곳이 있을 만한 광장이 남아 있음을 느낀다.

바다를 본다. 바다를 마음껏 날아 다니는 새들의 광장을 본다.

그 속에서 명준은 큰 새와 작은 새를 통해 은혜와 그녀가 낳았을지도 모르는 딸의 모습을 본다. 내 딸아.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밤중. 선장은 석방자 중 한 사람이 행방 불명되었다는 보고를 받는다. 그리고 그가 명준임을 안다.

이튿날, 타고르 호는 한 사람의 손님을 잃어버린 채 남지나해를 미끄러져 간다. 다음날 갈매기들 역시 보이지 않는다.

♠작품의 이해와 감상

최인훈의 ‘광장’은 1960년 「새벽」10월호부터 연재된 작품으로, 발표 후 최근까지 여섯 차례의 손질을 거쳐 개작했기 때문에 판본에 따라 내용, 문체상의 차이가 많다. 분단이라는 문제가 현존하는 상태에서 남북 분단의 문제를 이데올로기적 차원에서 작품화했다는 점과 가장 예민한 현실 문제를 관념적이고 주관적인 서술문의 양상으로 전개하여 현대적 삶의 근원 문제를 밝히는 데에도 한몫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이 주목받는 것은, 분단과 이데올로기를 문제시하는 것이 금기시되어 있던 1960년대 상황에서, 남북 분단이라는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인간의 근원적인 삶의 문제와 결부시켜 분단의 비극이라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어, 작가의 역사 의식을 나타난 작품으로서 그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광장’이라는 사회적 삶의 공간과 ‘밀실’이라는 개인적 내면의 삶의 공간을 등장시키고 있다. 주인공은 남한의 광장에서 부패와 개인주의가 판치는 것을 인식하고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월북하게 되지만, 북한의 광장에서도 혁명의 허상과 부자유를 느끼고 자신이 설 광장을 찾지 못한다. 이렇게 하여 찾아간 곳이 남한에서는 윤애였으나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었고, 북에서는 은혜였으나 함께 있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고 모스크바로 떠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명준은 인민군으로 종군을 하게되고, 전쟁으로 은혜마저 잃게 되며 포로가 된다. 포로 송환 시 더 이상 자신이 숨을 밀실조차 없는 명준은 제3국으로 갈 것을 원하게 되지만 결국은 자신이 설 광장을 발견하지 못하고 밀실마저 없어진 현실 속에서 자살하게 된다.

표현면에서는 다분히 철학적이고 관념적이며, 대상을 통해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시적 문체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다분히 사색적인 성향과 추상적인 문체의 특성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주인공의 무의식의 공간을 끌고 가는 것으로 갈매기가 등장하는데 이 갈매기는 은혜와 그의 딸을 상징하는 것(5차 개정본 기준)으로 남한과 북한에서 자신의 광장을 찾지 못한 명준이 제3국이라는 밀실로 들어가는 데에 새로운 밀실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이로써 명준을 자사로 이끌게 되는 것이다.

구성면에서는 과거 회상과 현재 진행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즉 중립국으로 가는 배 안이라는 현재적 상황 속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을 택하며, 자신이 배에서 투신 자살하기까지의 인과 관계를 밝히고 있다.

‘광장’은 현실의 모순에 대한 작가의 현실 비판 의식이 실존주의 입장에서 잘 표현되어 있는 작품이지만, 단단한 이데올로기의 대립 속에서 다른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조국땅을 등지고 마지막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도피적으로 감상적인 결론을 내림으로써 작가로서 보다 발전적인 시각을 제시하지 못하고 고발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를 보인다.

그러나 그의 행위를 반드시 허무주의적인 죽음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그것은 새로운 탄생의 갈망이기도 하다. 이명준이 뛰어든 침묵의 바다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지로서 ‘광장’과 ‘밀실’이 조화롭게 구성된 이상 사회에 대한 인간의 희망이 내포된 공간일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부분에 대해서 “현실에서 구하고자 했으나 불가능했던 것을 환상으로나마 현실화시키려는 분명한 의도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보다 근원적인 생명에 대한 투신일 것이며, 따라서 이것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역설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